2025년 11월 2주차

1,460원까지 급등한 환율, 이번주는 진정될 수 있을까?

2025-11-09

요약

지난주는 글로벌 달러가 3주 만에 약세를 보였어요. 미국 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장기화 우려와 미 대법원의 관세 무효 가능성 등이 불거지며 달러 가치가 소폭 하락했죠.

  • 글로벌 시장: 달러 인덱스(DXY)는 99.552로 전주 대비 -0.15% 하락했어요. 반면 안전자산인 엔화(USD/JPY 하락)와 유로화(EUR/USD 상승)는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습니다.
  • 국내 시장 (USD/KRW): 하지만, 글로벌 달러 약세와는 정반대로, 달러/원 환율은 주초 1,420원대에서 시작해 무려 32.50원이나 폭등하며 1,456.90원으로 마감했어요. 야간 거래에서는 1,462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는데, 2023년 8월 이후 주간 최대 상승폭이었어요.

지난주 달러/원 환율 움직임

원화가 유독 약세를 보이는 이유

글로벌 시장과 다르게 유독 원화만 급격히 무너진 이유, 표면적인 이유와 더 깊은 구조적인 이유로 나누어 살펴볼게요.

1. 표면적인 이유: 외국인의 기록적인 주식 매도

지난주 환율 급등을 직접적으로 촉발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의 7조 2천억 원 규모 코스피 주식 순매도였어요.

  •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면 원화를 받게 돼요. 이들은 이 원화를 본국으로 가져가기 위해 달러로 바꿔야 하죠.
  • 7.2조 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시장에 한꺼번에 몰리니, 달러 가격(환율)이 급등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여기에 환율이 더 오를 것 같다고 생각한 수출 기업들이 달러 매도(네고 물량)를 미루면서 상승세를 더욱 부추겼습니다.

2. 구조적 이유: 사라진 환율 방어 쿠션

사실 지난주 폭락은 곪아왔던 문제들이 터진 결과로 볼 수 있어요. 6월부터 10월까지 외국인이 코스피를 순매수하는 동안에도 환율이 오르는 주식과 환율이 함께 오르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는데, 여기에는 세 가지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하고 있었어요.

한국은행의 보이지 않는 족쇄

지난 6월 환율이 1340원대일 때 시장 개입 정황이 포착된 이후, 사실상 한은은 시장에서 손을 뗀 듯한 모습을 보였어요.

  • 미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요구를 해오면서 한미 간의 팽팽한 협상이 시작됐어요.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달러가 부족하다고 협상하면서, 뒤로는 시장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어 환율을 방어하기가 어려웠을 거예요. 신뢰가 깨지니까요.
  • 9월 30일, 한미 재무부는 "환율 개입은 '예외적인 무질서한 시장 상황'에만 제한한다"고 합의했어요. 한국은 이미 통화감시대상국이었기에, 자칫 방어적 개입이 '경쟁적 조작'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족쇄가 채워진 셈이에요.
  • 결국, 외환 당국이 사실상 환율 방어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원화의 하락 압력이 그대로 시장에 노출됐어요.

대기업들의 환헤지 비율 조정

시장의 가장 큰 손 중 하나인 대기업 수출 기업들은 이 신호를 놓치지 않았을 거예요. '한은이 개입하지 못한다'는 신호를 읽은 거죠.

  • 삼성전자, 하이닉스, 현대차 같은 거대 수출 기업들은 분기에만 수백억~수천억 달러를 벌어들여요. 이들은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환헤지를 해요. 하지만 앞으로 환율이 오를 것 같고, 한은도 안 막아준다면? 헤지 비율을 낮출 수 있어요.
  • 이런 기업들이 동시에 헤지 비율을 줄이면, 시장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달러 수요'(혹은 달러 공급 가뭄)가 생겨요. 이는 합법적인 재무 관리지만, 지난 몇 달간 환율을 꾸준히 밀어 올린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커요.

요약하자면, 표면적으로는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가 환율 급등을 부추긴 것으로 보여지지만, 그 이면에는 환율 방어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한국은행의 사정과 달러 매도를 미루고 있는 기업들의 대응이 복잡적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어요.

환율 전망

이렇게 가파르게 오른 달러/원 환율이 이번 주에는 좀 진정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환율 하락 요인

  1. 미국 셧다운 해제 기대: 주말 사이 미국 민주당이 셧다운 해제를 위한 타협안을 제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만약 셧다운이 해제되면 '위험 회피' 심리가 완화되면서 달러가 약해지고 원화가 반등할 수 있어요.
  2. 한미 관세 협상 결과 공개 가능성: 한미 관세 협상의 결과물(MOU, 팩트시트)이 공개되면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시장이 안도할 수 있어요. (다만 10월 29일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연 200억 달러 유출 등 구조적 약세가 확정되었다는 이면도 존재해요.)
  3. 기술적 부담: 단기간에 너무 급등해서(1,400원 초중반이 적정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어요) 추가 상승보다는 일부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어요.

환율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

  1. 외국인 동향: 결국 열쇠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쥐고 있어요. 셧다운이 해제되더라도 외국인 자금이 한국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확인하고 계속 이탈한다면, 환율 하락은 매우 제한적일 거예요.
  2. 구조적 요인의 지속: 한미 협상(3,500억 달러) 과정에서 확인된 한국은행의 개입 제약과, 이를 눈치챈 대기업들의 환헤지 비율 조정(달러 공급 감소)이라는 구조적 요인은 이번 주에도 계속 시장에 영향을 미칠 거예요. 시장의 '쿠션'이 여전히 얇다는 뜻이죠.
  3. 셧다운 협상 난항: 셧다운 협상이 말처럼 쉽게 타결되지 않고 지연된다면, 위험 회피 심리가 이어지며 환율 상단을 계속 자극할 수 있어요.

이번 주 꼭 확인해야 할 이벤트

이번 주는 핵심 경제지표가 실종된, 안갯속 장세가 될 가능성이 커요.

  • 미국 정부 셧다운으로 이번 주 예정됐던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소매판매 같은 핵심 공식 지표 발표가 모두 연기될 가능성이 커요.
  • 시장은 공식 데이터가 없는 '진공상태'에서 챌린저 감원 보고서 같은 민간 고용 데이터나, ISM(제조업/서비스업) 고용 지수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할 거예요.
  • 연준 위원들의 입: 데이터가 없으니 연준(Fed) 위원들의 연설이 더 중요해졌어요. (존 윌리엄스, 크리스토퍼 월러, 마이클 바 등) 이들이 셧다운의 경제적 영향이나 민간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주목해야 해요.
  • 미국 정치 리스크: 셧다운 협상 진행 상황과 대법원의 상호관세 관련 청문회 소식도 달러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요.
  • 한국 내부 지표: 10월 고용동향(12일), 9월 통화 및 유동성(12일), 10월 금융시장 동향(13일), 10월 수출입물가지수(14일) 등 국내 지표도 원화 자체의 체력을 보여줄 수 있어요.

이번 주는 셧다운이라는 안개 속에서 '민간 데이터'와 '정치적 뉴스'가 시장을 뒤흔드는 한 주가 될 거예요. 달러는 '나쁜 데이터의 부재'로 단기적으로 버틸 수 있지만, 셧다운 장기화에 따른 경제 충격이나 숨겨진 민간 고용 부진이 부각될 경우 언제든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어요. 원화는 이 글로벌 달러 방향에, '외국인 자금 이탈 여부'라는 국내 수급 요인이 더해져 높은 변동성을 보일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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