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7
지난주 달러/원 환율은 1,300원대로 하락했는데 이는 환율이 지난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졌다고 할 수 있어요. 얼마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이슈로 인해 1,500원대까지 넘봤던 환율은 지난 주말사이 40원 이상 급격하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이러한 변동성은 2년 5개월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그 배경에 많은 이목이 쏠렸어요.
처음에는 미중 무역 갈등 완화 소식이 원화 강세를 이끈 것으로 보였어요.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 일부에 대한 관세를 낮추고, 펜타닐 문제 해결에 대한 대화 의지를 보이면서, 양국 간 긴장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죠. 실제로 이런 뉴스는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전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과거에도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인 전례가 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릅니다. 원화 강세 폭이 과거 무역 뉴스에 반응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고, 동시에 타이완 달러(TWD)의 급등이라는 이례적인 현상도 함께 벌어졌어요. 그리고 바로 이 타이완 달러의 급격한 절상이 원화 강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지난주 대만달러(TWD)가 아주 이례적인 속도로 급등하면서 글로벌 외환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올랐어요. 단 3일 동안 무려 8.7%나 절상됐는데요, 이는 1983년 이후 하루 기준으로 가장 큰 변동폭이라고 해요. 통계적으로도 무려 19표준편차나 되는 수준이라,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한꺼번에 터진 결과로 볼 수 있어요.
이 대만달러 강세는 단순히 기술주 상승,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무역 회복 낙관론 같은 겉으로 드러난 이유만으로 설명되긴 어렵습니다. 실제로는 그동안 누적돼 왔던 대만 보험업계의 외환 포지션 불균형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게 핵심이었어요.
대만의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미국 국채나 달러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반대로 보험금 지급 등 부채는 대부분 자국 통화인 TWD로 되어 있었어요. 즉, '자산은 달러, 부채는 대만달러'라는 구조였던 거죠.
문제는 미국이 2022년부터 고금리 정책을 이어가면서 환헤지 비용, 특히 금리차에 따른 스왑 비용이 크게 올라갔다는 점이에요. 그러다 보니 보험사들은 환위험을 줄이기 위해 달러 자산을 헷지하지 않고 그냥 두는, 즉 환헤지 비율을 40% 이하로 낮춘 상태로 버티고 있었어요. 이는 대만 중앙은행이 TWD 강세를 막아줄 거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었죠.
이 구조는 달러가 강세를 유지할 때는 문제가 없었어요.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 갈등이 완화되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문제가 본격화됐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달러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니, 손실을 피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급하게 달러를 팔고 대만달러를 사들이기 시작한 겁니다. 이게 바로 시장에 충격을 준 주된 이유예요.
대만 보험사들이 달러를 팔고 대만달러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숨어 있었어요. 대만달러 시장은 규모가 작고, 거래 비용도 높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 이동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대만 보험사나 글로벌 헤지펀드처럼 대규모 포지션을 운용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대만달러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통화에 우회 투자하는 게 더 효율적인 선택이었죠.
이때 가장 주목받은 통화가 바로 ‘한국 원화’입니다. 원화는 아시아 통화 중 타이완 달러와 유사한 방향성을 보이는 통화로, 시장 규모도 크고 유동성도 높아요. 게다가 파생상품 시장도 잘 갖춰져 있어서 기관 투자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원화에 접근할 수 있죠.
결국 대만 보험사들이 타이완 달러의 자산/부채 불일치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원화도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으며 자금이 유입된 것입니다.
최근 대만달러 급등에 대해 대만 중앙은행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시장 참여자들의 과도한 추측이 외국인과 수출업체의 과잉 매수를 불러왔다며 무책임한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경고했습니다. 중앙은행은 시장 안정을 위해 개입했지만, 비정상적으로 강한 강세 기대에 압도되었다고 밝혔어요.
한편, 대만금융감독위원회는 미국 달러 자산에 집중 투자한 생명보험사들과 회의를 열어, 환율 급변이 보험사에 미친 영향을 점검했습니다. 특히 보험사들의 미헤지된 달러 자산이 많아, 추가적인 환헤지 수요가 타이완 달러 강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번 대만 중앙은행의 대응은 단기적 시장 과열을 차단하려는 목적이지만, 정책 당국조차 시장 기대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불안정성이 남아 있어요. 특히 보험사들의 구조적 리스크가 노출되면서 생기는 환헤지 수요는 앞으로도 타이완 달러에 강세 압력을 가할 수 있고, 이는 한국 원화 등 유사한 아시아 통화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즉, 대만 정부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기저에 깔린 구조적 자금 흐름이 변화하지 않는 한 단기적인 대만달러 강세 압력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 외환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높아진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요.
최근 아시아 통화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면서 많은 이들이 "이 흐름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단기적인 기술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변화의 시작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MUFG 글로벌 분석팀은 아시아 통화는 향후 기간 동안 유로(EUR), 엔화(JPY) 등 G10 주요 통화에 비해 성과가 낮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요. 지금의 아시아 통화 강세가 눈에 띄긴 하지만,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여전히 그 전망은 유효하다고 보고 있어요.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무역 마찰과 관세 이슈가 가장 큰 타격을 줄 지역이 바로 아시아, 특히 중국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수출 감소와 제조업 둔화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펼 수는 있겠지만, 중국의 전반적인 성장 둔화가 아시아 전체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줄 가능성도 큽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중국 경제에 민감하게 연결된 통화들 — 예를 들어 원화(KRW), 위안화(CNY), 베트남 동(VND) 등은 더 크게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어요.
실제로 최근 발표된 아시아 제조업 PMI 지표들을 보면, 많은 아시아 수출국들의 수출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달러가 앞으로 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의도적으로 달러의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이는 미국 금리 인하와 맞물려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변화는 아시아 기업과 가계, 그리고 중앙은행들의 외환 전략에도 근본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지난 5년간 많은 아시아 수출기업들은 달러를 비축해 왔고, 미국 금리 상승으로 인해 환헤지 비용이 커지면서 환헤지 비율은 점점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달러가 구조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미국 금리도 낮아진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외환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즉,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구조적 변화는 아래와 같이 발생할 수 있어요.
현재 외환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시아 통화 강세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계속해서 높은 변동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만 보험사들의 자산-부채 구조조정이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달러 매도나 아시아 통화 매수 움직임이 나올 여지가 있거든요.
또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아시아 통화 전반에 대해 “플라자합의 2.0”과 비슷한 상황을 떠올리고 있는 점도 중요합니다. 미국이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절상을 유도하는 듯한 흐름이 나타나면서, 구조적인 ‘달러 약세 – 아시아 통화 강세’ 기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어요.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흐름은 일시적인 수급 왜곡에 의한 현상이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실제로 대만 보험사들의 자산/부채 재조정이 마무리되면, 원화와 타이완 달러 모두 일정 부분 되돌림을 보일 수 있어요. 특히 원화는 무역수지나 금리 차 같은 펀더멘털 요소가 대만보다 더 취약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현재 수준의 강세가 지속되긴 어렵다는 분석도 존재합니다.